[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이주 여성 채용해 자립 돕는 레스토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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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오요리 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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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소외 받는 여성들이 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식당이고, 포기하고 그만두는 곳도 식당입니다.”

 이지혜(41) ‘오요리 아시아’ 대표의 말이다. 2007년 문을 연 오요리 아시아는 외식업을 기반으로 이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홍대 앞 아시안 레스토랑 ‘오요리’와 태국 치앙마이 ‘오요리 더 그릴’을 운영했고, 지금은 네팔 카트만두에 핸드드립 카페 ‘미티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촌에 스페인 레스토랑 ‘떼레노’가 문을 열었다. 내년에는 방콕에 새로운 카페를 열 예정이다. 콘셉트도 분위기도 제각각이지만 오요리 아시아 식당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는 이주 여성들이, 아시아에서는 일자리가 필요한 취약 여성들이 주방이나 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한국 언어와 문화를 몰라 취업이 힘든 이주 여성들을 눈여겨봤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할 수 없는 게 이주 여성들의 현실이에요.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면 교육을 받고 경험치를 높여야 하는데 그걸 스스로 할 수 없으니 우리가 돕는 거죠.” 오요리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학생이나 스태프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듣고, 요리 관련 교육을 들으며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 장기적으로는 이주 여성들이 소자본으로 비슷한 테마의 식당을 창업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오요리 아시아의 주방에서 직업 훈련을 한 훈련생들만 수십 명이다.

 “처음 일을 시작한 여성들은 ‘이 정도만 해도 됐다’고 쉽게 만족해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 대표는 직업 훈련과 주방 현장 경험을 통해 한국 스태프와 똑같이 대우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같은 음식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과는 출발점이 다르잖아요. 식재료도 주방 환경도 다른데 두 배 노력해야 혼자 자립했을 때 위험 부담이나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처음에는 오요리 아시아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움만 받으려 했던 여성들도 시간이 지나며 태도가 바뀌었다. “마음을 열고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모두 동업자 관계라는 걸 인식하죠. 그때부터는 일에도 속도가 붙어요.”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어야 아는 만큼 손님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떼레노를 통해 직원들이 최고 수준의 식재료와 서비스를 경험하게 돕는다. 오는 14~17일에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근교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수베로아’의 파블로 미란다 이글레아시스 셰프가 떼레노에 방문해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시장도 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이 오요리 아시아의 훈련생들이 요리사가 되는 여정에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 이주 여성을 돕는지 묻자 이 대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떤 계층이건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도와야 할 일입니다. 그중 하나를 제가 하는 것뿐이죠.”

만난 사람=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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