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골목길의 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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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높아지고 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 상인들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죠. 그 자리를 대기업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채우면서 골목길의 원래 개성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됩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의 주제는 골목길입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한강진길, 계동길 등 서울 시내 이름난 골목길을 모두 다니며 그곳의 상인들과 방문객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요 원인인 임대료 상승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 지역의 공인중개사도 찾아갔습니다.

 글로벌 관광 명소로 떠오른 가로수길의 공인중개사들은 기자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익명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임대료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 것도 이유겠지만 과거의 정취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람들의 지적이 불편했으리라 짐작합니다. 반면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작은 골목길들은 이름이 알려지는 걸 반가워했다고 하네요. 더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되는 건 반가운 일이니 말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잘나갈 때도 있고, 못 나갈 때도 있는 것처럼 골목길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름의 생명력을 갖고 성장·발전하거나 정체 또는 쇠퇴하는 거죠. 하지만 사람이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듯 골목길도 그 특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OOK&TALK’ 코너에서는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로 화제가 된 작가 장강명을 만났습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성장 둔화도, 양극화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무시하고 모멸감을 주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죠.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이런 유행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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