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8개월만에 혼인파탄, 법원 "예단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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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유지기간이 짧더라도 법률상으로 혼인이 성립됐다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예단비와 결혼비용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학원을 운영하는 A씨(35·여)는 의사 B씨(40)와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했다. A씨의 부모는 B씨의 부모에게 예단비로 2억원을 주고 5000만원은 봉채비 명목으로 돌려받았다. 하지만 결혼 5개월 만에 부부는 가재도구를 부수며 크게 다퉜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면서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이유로 다툼이 생기자 남편이 집을 나갔다가 저녁 무렵 돌아왔지만 아내가 현관 비밀번호를 바꾼 탓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내의 아버지는 집에 있던 사위의 옷과 책 등을 사위가 일하는 병원으로 보냈고 이 때부터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결국 아내 A씨는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과 함께 예단비 1억5000만원, 결혼식 비용 3200만원, 혼수 구입비 33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위자료 5000만원도 요구했다. 이에 맞서 B씨도 A씨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제1가사부(문준섭 부장판사)는 6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A씨의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 B씨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고, 책임의 정도도 동등해 보이기 때문에 양 측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예단비 반환 등 A씨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예단비는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됐고 상당기간 지속됨으로써 남편 B씨의 소유로 귀속됐다고 할 수 있다”며 “결혼식 비용과 혼수비용도 결혼이 성립되고 지속됐기 때문에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영두 부산가정법원 공보판사는 “결혼식과 혼수비용에 대한 청구는 혼인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청구할 수 있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부부로 지낸 기간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게 법원의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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