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시간강사법' 입법예고에 대학가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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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내년 1월부터 시간강사를 최소 1년 이상 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교육부가 2일 입법예고해 대학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이 학기 단위로 시간강사를 임용하고 시간강사의 주당 강의 시간 수도 대학이 자유롭게 결정하고 있는데 개정안대로라면 시간강사를 1년 이상 쓰고 원칙적으로 학기당 9시간의 강의를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시간강사에게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강사는 정교수·부교수·조교수 등 전임교원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에 포함된다. 고등교육법에선 그간 '교원은 매주 9시간 강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의 필요에 따라 강의 시간을 증감할 수 있다"고 규정해왔다. 이대로라면 시간강사도 내년부터 매주 9시간(3학점짜리 세 과목)을 강의하는 것이 원칙이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약 6만4990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전체 대학 강의의 26.9%(학점 기준)을 맡고 있다. .

이번에 나온 법령 개정안은 2010년 조선대에 출강하던 시간강사가 열악한 처우 등 신변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이듬해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시간강사법')을 발의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시간강사를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땐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달리면서 시간강사들도 강사법에 반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늬만 교원일 뿐 사실상의 처우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시간강사들의 주장이었다. 대학들도 '교육과정 운영에 부작용이 많다'며 강사법 시행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자 국회는 법안 시행을 두 차례 유예해 시행 시기를 2006년으로 늦췄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날 예고한 개정안은 기존 개정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처장은 "시간강사를 1년 간 고용해야 한다면 대학으로서 시간강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처장도 "한 명의 강사에게 주당 9시간 강의를 맡기려면 다른 강사를 줄여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대학이 자유롭게 시간강사를 쉽게 해고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선 의사에 반한 면직을 금지해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고용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사의 주당 강의시간도 대학이 학칙으로 증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법에서 교원은 주당 9시간 강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놓은 만큼 대학이 이를 자유롭게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시윤·백민경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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