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산휴가 안 준다고? 휴가 중에 해고? 딱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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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휴가가 끝날 때쯤 상사(임원)가 복직을 원치 않는다고 연락해왔습니다. 대신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줄테니 그동안 다른 자리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복직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파견직이라도 하겠느냐고 제안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합니다."

지난해 5월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여성근로자의 민원이다. 출산휴가를 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다. 무조건 복직시켜야 한다. 임금을 휴가 전보다 적게 줘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이 여성근로자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된 법규정을 몰랐다. 그래서 국민신문고를 두드렸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근로자가 법규정을 몰라 부당해고로 신고하지 않아도 정부가 쪽집게처럼 이런 사례를 집어낼 수 있어서다.

정부가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임신한 근로자는 병원을 찾게 마련이다. 건강보험에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다. 고용노동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임신한 근로자의 정보를 제공받아 출산휴가에 대한 안내문을 근로자 본인과 사업주에게 발송한다. 문제는 이런 안내문을 받고도 출산휴가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는 고용보험 자료를 뒤진다. 자녀의 수에 따라 한달에 135만원을 지원하는 출산휴가급여 지급 내역을 들여다 본다. 출산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출산휴가급여를 신청하지 않으면 출산휴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자료가 연동돼 제공되기 때문에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사업주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지금까지는 사업주가 출산휴가를 주지 않거나 임신이나 출산기간 중에 부당해고를 해도 근로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하기가 어려웠다. 이젠 이런 부당한 사업주의 행동이 통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에 나타난 출산 근로자는 10만 5633명이었다. 그런데 고용보험상 출산휴가자는 8만 8266명에 그쳤다. 1만 7367명의 여성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출산휴가도 가지 못하고 혹사당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을 연계해 임신·출산 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된다. 나영돈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모성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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