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동 얼굴 없는 천사, 올 추석에도 역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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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명절 때만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과일을 놓고 사라지는 광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 추석을 앞두고도 어김 없이 등장했다. 24일 광주시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쯤 하남동주민센터 주차장에 사과 50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출근한 직원이 발견했다.

주민센터에 사과 50상자 놓고 가
2011년부터 명절 때마다 선물

 하남동주민센터가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50~60대로 보이는 남성이 공무원들이 모두 퇴근한 지난 22일 오후 11시25분쯤 홀로 찾아와 두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승합차에 싣고 온 사과를 남기고는 말 없이 차를 운전해 사라졌다. 주민센터 측은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소년소녀가장·한부모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과를 나눠줬다. ‘익명의 독지가가 이웃 사랑으로 보내온 추석 선물’이라는 메시지와 함께다.

 이 독지가가 이웃들을 위해 과일을 보내오거나 직접 놓고 간 것은 올해로 5년째다. 2011년부터 매년 설·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사과·포도·배 등 과일이나 쌀을 주민센터 앞이나 주차장 등에 놓고 가는 등 이번까지 8차례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을 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는 사과 상자들과 함께 ‘조그마한 선물이지만 같이 나눌 수 있다면! 가장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으면 합니다. 수고스럽겠지만 부탁합니다’라는 자필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유영애 하남동장은 “어떤 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웃에 대한 그의 애정이 주민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며 “주민들이 모여 만든 투게더광산 하남동위원회도 추석을 맞아 장애인 가정 등 100여 세대를 찾아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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