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함장 꿈 접었지만 군인의 길 걷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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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6월 29일 서해교전 당시 북한군의 포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李凞玩.27) 중위가 지난 1년간의 재활치료 끝에 17일 해군사관학교 부설 해양연구소 기획담당 교수로 발령받았다.

지난 4월 군병원에서 퇴역대상인 전상 5급 판정을 받았지만,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인해 신체장애를 당한 군인은 현역에 복무토록 할 수 있다'는 군인사법 규정에 따라 이달 초 장교 전역 심사위가 현역복무 적합 결정을 내린 덕분이다.

그는 "북한 경비정의 기습 선제사격으로 숨져가면서도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려고 애쓰던 동료들의 모습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연평도 근해에서 발생한 서해교전 당시 침몰한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부장(부함장)이던 李중위는 순직한 정장(艇長) 고(故)윤영하 소령을 대신해 전투 지휘를 맡았다.

"경고 방송과 차단 기동을 하던 중 북한 경비정이 쏜 첫 포탄에 제 오른편에 서 있던 정장님은 뒤로 쓰러졌고, 제 오른쪽 다리도 날아갔습니다. 尹소령은 눈을 감고 계셨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전사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병사들이 '부장님 일어나십시오' '제가 뭘 해야 합니까'하고 소리쳤습니다. 순간적으로 많은 포격을 받았기 때문에 배는 화염에 휩싸였고, 누워서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대피하라고 소리치니 부하들이 '부장님도 가셔야 합니다'고 했습니다. '나는 다리가 절단됐고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하니 병사들이 방어물 있는 곳으로 저를 옮겨줬습니다. "

그는 지난 1년 동안 국군수도병원에서 아홉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 부분에 의족을 해야 했고 총알 한발이 박혀 구멍이 난 왼쪽 다리는 정강이뼈를 지탱하는 지렛대뼈가 손상돼 뼈 이식 수술과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현재는 지팡이를 짚고 보행이 가능한 상태고, 왼발만으로 운전이 가능한 특수차량을 스스로 몰 수 있을 정도다. 1년쯤 뒤에는 지팡이 없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된다고 한다.

李중위는 17일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서해교전 때 숨진 정장 尹소령을 비롯, 여섯명의 선후배 장병들의 묘소에 헌화하며 '전입 신고'를 했다.

"서해교전이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조국을 위해 숨져간 병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李중위는 "2001년 6월부터 연평도에서 근무했는데 자원한 겁니다. 접적(接敵)지역에서 근무하기를 바랐거든요. 함장이 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후배들을 훌륭한 해군 장교로 키워서 제가 못다한 것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습니다"라고 앞날의 계획을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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