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절반인하 가능성 부동산 버블 위험 커질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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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최근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니 현행 연 1.25%의 연방기금 금리를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FOMC가 열리기 일주일 이전에 외부 금융전문가 서너명을 불러 의견을 묻곤 한다. FOMC가 열리기 직전 일주일 동안은 외부인사와의 접촉이 금지된다.

그린스펀 의장이 자주 찾는 인물 중 한 명이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58)이다. 워싱턴에 들른 그를 만나보았다.

-이번에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나.

"절반 수준(연 0.75%)까지 낮출 가능성도 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미리 적극적인 예방책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다른 생각이다. 오히려 요란하게 금리를 내리면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버블의 위험이 커진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지역적 문제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는데.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될 때도 다들 '도쿄만의 문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인들은 주택할부금융 금리가 낮은 이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새 집을 사고 집을 넓히느라 법석이다. 웬만한 지역은 1년 새 20% 이상 올랐다. 금리 인하는 이같은 부동산 버블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소득은 많이 늘지 않는데 저금리만 믿고 부채만 늘리는 꼴이다. 버블이 터지면 진짜 위기다."

-그렇더라도 실업률이 6% 수준인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6%정도면 역대 실업률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올해 미국 경제는 3%(하반기 4%) 정도 성장하리라 본다. 5~6%수준이 됐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도 괜찮다. 기업투자가 줄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기업들이 보이지 않게 생산성.유연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유가.주가도 회복됐다."

-한국경제는 어떻게 보나.

"한국 내 체감경기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난 낙관적으로 본다. 올해 4% 정도는 성장할 것이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이 진정되면 중국 수출도 나아질 것이고 유가하락 등 호재들이 앞에 놓여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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