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아시아 예술의?심장이라는 위상 얻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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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19면

김성희(48) 감독은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등을 지낸 문화기획자다. 9월 페스티벌로 시작해 10~11월, 내년 3~5월까지 그가 구성한 6개월간의 2015-16시즌 프로그램은 세계적 거장 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과 일본의 부토 ‘육체의 반란’ 등 공연예술사에 기념비적 작품들과 아시아 5개 지역 기획자들이 사회적 주제들을 예술적 담론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채워진다. 나머지 6개월은 제작과 지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 개관 페스티벌 라인업 33편의 선정 기준은.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적 관점이 있는지, 이를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풀어내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지에 주목해 작가를 선정했다.”


● 초반부터 현학적인 작품들이 대중과 거리감을 조성하지 않을까. “모든 극장이 각자 다른 걸 했으면 싶다. 동시대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니라 낯선데, 그럴수록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고정관념을 흔들어야 되니 불편하긴 할 거다. 하지만 단순한 스펙터클보다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


● 한국 작가 참여가 별로 없고, 있어도 공연이 아닌 미술 오리엔트된 작가들이다. “오늘날 장르에 국한된 예술가는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매체는 선택해서 쓰는 거다. 무용을 하느냐 영화를 하느냐가 아니라 뭘 얘기하고 싶은가를 본다.”


●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제작해 세계로 내보낸다는 비전이다. 우리가 공연 선진국도 아닌데 아시아 작가를 도울 형편인가. “아시아를 넘어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아시아의 허브’가 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한국을 중심에 놓으려 한다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거다. 문을 열고 아시아 작가들을 지원해야 아시아 예술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다. 광주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위상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 서구에 종속되지 않는 주체적인 시선으로 동시대 아시아를 바라보겠다면서 비아시아권과 서양 거장의 작품도 있다. “아시아를 편애하는 인터내셔널이 방향성이지 아시아에 갇히면 안 된다. 이제껏 국제행사들이 유럽만 쳐다봤다면 우리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아랍·아메리카를 지도상에 똑같이 놓고 서로를 거울상으로 보려 한다.”


● 대중적인 공연이 아니기에 제작·유통 중심으로 간다지만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 “아비뇽의 경우 페스티벌 한 달 동안의 수익으로 열한 달을 버틴다는 농담이 있다. 그 정도로 페스티벌이 도시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아시아예술극장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성장하지 않을까.”


●광주에 지어졌으니 지역 아이덴티티를 살려 지역민을 아우르고 지역 예술에도 공헌해야 할텐데. “광주 동구에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빈 집들이 많다. 이런 곳을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한 게 페스티벌 프로그램인 사카구치 교헤의 ‘제로 리:퍼블릭’이다. 이렇게 하나씩 진행해 나갈 것이고 ‘커뮤니티 윈도우’로 지역 아티스트들과의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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