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받던 지자체 공무원 자살 사건, 감사원 직원 고압적 태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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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를 받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 직원의 고압적 태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소속 공무원 황모씨는 지난 5월 26일 안산시 단원구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전임 안산시장 재직시 벌인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지난 3월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아오던 황씨는 유서에서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동료와 부하 직원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호소했다.

안산시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한 감사원 직원은 안산시 공무원에 대한 감사 도중 노란색 세월호 리본 뱃지를 떼라고 했다고 한다. 안산시 공무원노조 지부장 김종일씨는 8일 통화에서 “감사가 이뤄지던 시기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때”라며 “단원고 관할 지자체인 안산시 공무원들은 당시 상당수가 세월호 뱃지를 착용했는데 이를 떼라는 건 감사와 무관하게 심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감사를 받았던 안산시 공무원 B씨는 “감사원 직원이 원하는 자료를 모두 냈는데도 다시 업무용 컴퓨터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며 “감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부 자료까지 모두 들여보겠다는 것으로 들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 건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에게 제출한 내부 진상조사 자료에서 “해당 감사관의 태도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고인에 대해서는 당시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감사태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소명했다.
감사원은 다만 “안산시의 다른 공무원에 대한 감사관의 태도가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감사관과 감사반장에게 엄중하게 주의 조치를 했고 향후 유사사건이 또 있을 경우 인사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숨진 황씨 외에도 감사원 감사를 받던 공무원이 도중에 자살한 경우는 2009년 용인시 공무원, 2010년 익산시 공무원 등이 있었다”며 “감사원이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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