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맞수 소니·올림푸스, 4배 선명한 내시경 함께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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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니와 카메라 전문회사인 올림푸스가 3000억 달러(약 361조원)규모의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는다.한때 경쟁관계였던 두 회사가 내놓은 첫 합작품은 ‘초고화질(4K) 복강경’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이 제품은 기존의 초고화질(HD) 제품보다 해상도를 4배로 높였다.

 일본 올림푸스 관계자는 7일 본지에 “소니와 합작한 소니올림푸스 메디컬솔루션이 개발한 첫 제품인 4K 복강경 제품을 오는 16일 일본 도쿄에서 소니와 공동 발표형식으로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강경은 내시경의 일종으로 위 내시경과 함께 별도의 처치구를 더한 제품이다. 내시경으로 암과 같은 이상 조직을 발견하면 개복 수술 없이도 작은 구멍을 뚫어 위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한국올림푸스 관계자는 “기존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를 확보하게 되면 위암의 조기 발견과 제거율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한국 출시는 일본 공동발표 이후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계 카메라 시장의 맞수였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건 우연한 계기였다. 2011년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자금확보 위기를 맞았던 올림푸스의 구원투수로 소니가 나섰다.2012년 현금 7200억원을 출자해 올림푸스 지분 약 11%를 확보한 데 이어 이듬해엔 두 회사간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스마트폰의 약진으로 카메라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TV사업까지 부진을 겪고 있던 소니입장에선 전자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올림푸스는 세계 내시경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강소기업으로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위한 적격의 파트너였던 셈이다.

 소니와의 협업에 대해 올림푸스가 거는 기대감은 크다.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사이토 요시다케 신사업본부장은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카메라 시장이 작아지고 있는데, 소니와 영상(카메라) 사업을 어떤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지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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