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다왔다! 꿈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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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삼성-현대전이 열린 대구구장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1만2천 관중석이 가득찬 것은 올시즌 세번째.

전날 홈런을 하나 추가해 7년 연속 30호 홈런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개인 통산 3백홈런에 2개 차로 다가선 이승엽(27)의 홈런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대구 관중들은 이승엽 타석에서 현대 포수가 조금만 바깥쪽으로 빠져 앉기만해도 여지없이 야유를 하며 정면승부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픈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승엽은 1회말 첫 타석부터 볼넷을 얻었다. 통산 6백 볼넷. 이승엽은 심한 견제 속에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기록했을뿐 홈런을 추가하지는 못했다. 삼성은 브리또의 결승홈런으로 현대를 5-4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이승엽은 전날 현대전에서 4회말 상대 선발 바워스의 초구를 때려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시즌 56경기만에 나온 30호 홈런으로 시즌 최다 홈런기록(54개)을 세웠던 1999년(69경기)보다도 13경기나 빠른 페이스다.

이승엽은 프로 3년차이던 97년 이후 7년간 한번도 홈런 30개를 넘기지 못한 해가 없었다. 독보적인 기록이다. 올해 요코하마로 이적, 일본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타이론 우즈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4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했으며 국내 선수 중에서는 '홈런왕' 장종훈(한화)과 마해영(삼성)이 2년 연속 30홈런을 쳤을 뿐이다.

이승엽은 통산 홈런 2백98개로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연소 3백홈런은 물론, 최소경기 3백홈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연소 3백홈런은 몇살 때부터 프로 선수 생활을 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최소경기 3백홈런은 의미가 크다. 리그는 달라도 경기수라는 똑같은 잣대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15일까지 1천69경기에 출전했다. 일본에서는 다부치 고우이치가 1천72경기에 3백홈런을 쳤으며 미국에서는 랄프 카이너가 1천87경기만에 기록을 세웠다.

최소경기 3백홈런 기록을 세우려면 앞으로 세 경기 안에 홈런 2개를 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견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승엽의 볼넷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결국 기록 경신 여부는 이승엽의 뒤를 받치는 삼성 타선에 달려 있다.

두산은 사직에서 선발 이리키가 첫 승을 따내며 롯데를 6-2로 눌렀으며 잠실(LG-기아)과 문학(SK-한화)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성호준.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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