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3천명 라이베리아 파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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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이 내전 중인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를 향해 해병 원정군 1천8백명을 포함해 3천여명의 군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이는 1993년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한 이래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파병하는 것이며, 동시에 최대 규모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파병은 미국이 그동안 꺼려왔던 것과 달리 아프리카지역 등 분쟁국가들에 적극 개입하는 방향으로 대외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파병 규모=신문에 따르면 공격용 헬기 등으로 중무장한 미 다목적 상륙전함(LHD) 커사즈호가 현재 해병 1천8백명과 1천2백명의 해군 선원들을 태우고 라이베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들 해병은 이라크에서 임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귀환하던 중 라이베리아 내전 상황이 악화하자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다. 파병의 공식 목적은 라이베리아에서 미국 시민 철수를 위한 '샤이닝 익스프레스'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찰스 테일러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이 지난주 대규모 공세로 전국 대부분을 장악하고 수도 몬로비아 외곽까지 진주해 있다.

반군은 14일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혐의로 유엔전범재판에 기소돼 있는 테일러 대통령이 하야해야 휴전에 동의할 것"이라며 주변국들의 휴전제의도 거절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테일러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전범재판에 출두할 것을 촉구해 사실상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5일 보도했다.

◆미 전략 변화 주목=이번 파병은 미 국방부의 전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과 맞물려 '개별 국가 분쟁 불개입'이란 미국의 대외 전략이 수정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계기로 해석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FT도 "파병 결정은 국제 사회가 아프리카 분쟁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개입을 요청한 직후 내려졌다"며 "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미 특수부대원 18명이 몰살당한 이래 아프리카 분쟁 개입을 꺼려오던 미국이 의미있는 변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각국과 국제 평화단체들은 "프랑스와 달리 미국은 아프리카의 분쟁 종식과 평화유지 임무에는 관심이 없다"며 비난하고 "미국이 테러.대량살상무기 등에만 매달리지 말고 아프리카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와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 국방부가 중남미에서 동남아시아.아프리카에 이르는 '불안정의 호(Arc of instability)'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케냐.말리.지부티 등에도 기지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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