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벤치마킹] 삼성석유화학 '녹색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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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 울타리에는 키우기가 까다롭다는 왕골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지난해 1천그루를 심은 데 이어 지난 3월에 5백그루를 더 심어 제법 대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왕골 대나무 화단은 삼성석유화학이 공장의 환경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대나무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수종이다. 다른 나무보다 산소를 더 생산하기 때문에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질병에 잘 걸리고 뿌리는 서로 엉켜 있어 한 그루가 병이 걸리면 함께 쓰러져 웬만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이 왕골 대나무를 심은 것은 그만큼 공장의 공해 관리나 폐수처리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에 가면 공원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생산라인 이외의 빈곳에는 어김없이 나무나 꽃들이 심어져 있다. 5만평 규모의 공장부지 중에 1만평이 화단으로 꾸며져 있다. 거기에는 1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서 있다.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등을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매달 한차례 이상 환경관리 훈련을 한다. 공기나 폐수 정화시스템에 돌발 변수가 일어난 것을 가상해 벌이는 시뮬레이션 방식이다.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은 '무공해.무질병.무재해'의 3무(無)공장을 지향하고 있다. 매년 환경시스템를 정비하는데 30억원씩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환경안전 관리는 울산 석유화학 공단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또 울산공장의 환경관리 시스템은 지역 학생들의 환경체험 현장으로도 활용된다.

삼성석유화학은 1991년부터 매년 1억원씩 들여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울산시로부터 태화강를 관리하는 기업으로 뽑혔다. 태화강에 창포 등 수중 정화식물을 심고 있고 월 두차례씩 지역 환경운동단체들과 함께 오염물질 제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이 같은 환경 개선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5일 환경의 날에 대통령 단체표창을 받았다. 삼성석유화학 허태학 사장은 '녹색경영'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그는 "환경관리에 실패하면 아무리 흑자를 낸다 해도 그 경영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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