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유승민 왕따 현상은 아부사회 풍조, 박 대통령의 수직적 통치 회귀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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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일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을 고수하는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박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독단하는 것은 아닌지, 박정희 대통령 시대와 같은 수직적 통치 스타일로 회귀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다. 1997년부터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던 이 전 총재가 대중연설에 나선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 전 총재는“지난번 남북대결의 타결로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고 지지도도 급상승 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경계하고 자중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직적 통치를 고집하면) 국민과의 소통은 차단되고 신뢰를 잃는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의 정의 리더십이 결여되면 권력자와 대세(大勢)에 아부하고 부화뇌동하는 아부사회, 비겁사회가 된다”며 ‘유승민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배신자’발언으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자 그를 왕따시키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그의 잘, 잘못을 떠나 이런 아부사회 풍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여권 전체를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낸 거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0년 2월 당시 이회창 총재 시절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발을 디딘 인연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이 전 총재는 “총리는 대통령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주저해서는 안된다. 너무 튄다거나 자기정치를 한다는 공격은 웃어 넘겨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총리의 내각 통할권을 존중하고 일단 총리에게 일임해 총리를 통해 내각의 일에 관여하는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며 총리의 역할론을 역설했다.

남북통일과 관련해선 “북의 체제와 핵무기등을 그대로 둔 채 남북정상화와 통일을 말하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지 성급하게 환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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