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삶을 즐기는 사람 못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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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형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30평형대로 이사를 한다. 그럼 가구와 집기를 바꾸지 않나.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것도 그렇다. 삶의 방식을 바꿔줘야 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광무(사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여가의 힘’을 강조했다. “3만 달러 시대를 앞둔 시점, 우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개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생산 활동의 삶’에서 ‘즐기는 삶’으로 바꾸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삶을 즐기는 사람 못 이긴다.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노동(Labor)의 단계에서 즐김(Enjoy)의 단계로 진화하고, 그게 다시 행복(Happiness)의 단계로 올라선다고 했다. 성공만 좇다가 생기는 삶의 빈칸들이 그럴 때 비로소 채워진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노동의 단계에서 즐김의 단계로 이제 막 진입하는 상태다. 여가를 통해 삶의 질이 채워질 때 우리는 진정한 3만 달러 시대를 살 수 있다. 그러니 삶을 즐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그는 울산과 거제를 예로 들었다. 이들 지역은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DRP)이 5만 달러를 넘는다. “소득이 높은 지역은 고품격 문화에 대한 향유 욕구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이걸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문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락과 퇴폐 등 저급한 창구를 통해 해소된다.” 그게 3만 달러 시대에 필요한 문화 인프라를 미리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박 원장은 ‘문화융성’은 결국 문화의 확산이라고 했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 꽃을 피우고, 정치·경제·산업·외교 등 다른 분야에는 문화의 옷을 입히면 된다. 그런 옷이 바로 ‘디자인’ ‘인문정신’ ‘스토리’ 같은 거다.” 최근 이슈가 된 대북방송 심리전도 따지고 보면 ‘문화의 옷’을 입힌 무기라고 설명했다. 문화의 확산 가능성이 그만큼 넓다는 얘기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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