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산 가린 뒷모습도
안 보이고 떠났는데
잠이 든 나의 창을
두드린 손자국들
겨울을 녹이고 싶어
슬그머니 들렀던가.
먼 산 너머 동네 어귀
머무는가 하였는데
새벽길 질편하게
놓고 간 발자국들
기다림,새봄이 멀어
그 사이를 못 참던가.

<천장>
박영적<광주시 동구 대인동 327의47>
방안에 누워서도
망망히 보는 우주
흐르는 성하 위로
물결 잡아 출렁이던
내 일상
미세한 침식,
별이 하나 떨어진다.

<김장>
김향숙<부산시 남구 문현2동 547의21>
풋풋한 살림살이
양념으로 버무려서
마음도 곱게 절여
소금 뿌려 재워 가며
한단지
사랑을 담아
긴 삼동을 삭힌다.

<작대기>
정정기<전주시 금암동l02의195>
무거워 더 못 가면
외발 괴어 받쳐 놓고
모난 끝 둥글도록
짚어 넘은 고갯길에
쓰러져 깨진 삼각을
빗변되어 묶는 너.

<엽서>
임재룡<충남아산군온양읍온천리7구149의35>
삶의 뜨락에 내린
조그만 낙엽 한장.
두어 줄 적힌 사연
눈물로 번셔 가고
소인만 상처로 남아
갑자년을 담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