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미선양 1주기 전국서 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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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군 무한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의 1주기인 13일 서울.부산 등 전국 56곳에서 모두 3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추모집회가 열렸다.

여중생 범대위가 오후 5시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주최한 '여중생 추모 민족자주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에는 2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오후 11시까지 촛불 행진을 벌였고, 경찰과 큰 충돌없이 끝났다.

가수 신해철.안치환씨의 콘서트 등 문화행사에 이어 오후 7시부터 시작된 본행사에서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49)씨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대변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촉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사고를 저지른 미군들은 한국 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며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켜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공개 사과하라""주한미군 철수"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청 앞 행사에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 5천여명과 노점상총연합회 소속 상인 2천여명이 합류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에 범대위는 참석자 전원에게 소형 종이 성조기를 배포한 뒤 촛불로 일제히 이를 불태우는 이벤트를 했으며 대형 성조기를 배경으로 'SOFA'라는 글씨가 새겨진 조형물을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불을 붙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오후 9시쯤부터 두 여중생을 본뜬 대형 인형과 촛불을 들고 광화문 미국 대사관 쪽으로 행진을 하려 했지만 경찰이 세종로 방면을 기동대 버스로 차단하자 무교동 방면으로 우회해 교보문고 앞에서 경찰과 2시간여 가량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심각한 충돌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서울시청.광화문 일대에 기동대 1만여명을 배치, 미국 대사관 방면으로 진출하는 시위 행렬을 철저히 막았다.

이에 앞서 범대위는 이날 오전 매일 촛불시위가 열리는 장소인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에 여중생들의 넋을 기리는 높이 1m 크기의 촛불추모비를 세웠다. 범대위 측은 "뉴욕.런던.베를린 등 해외 20여개 도시에서도 현지 유학생과 교민 4천여명이 추모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부산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2천5백여명은 오후 6시쯤 부산 서면에서 추모집회를 연 뒤 연지동 미군부대까지 촛불행진을 했다. 광주에서도 1천여명이 금남로에 모여 추모 대회를 열었다.

김정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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