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워크아웃 대폭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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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부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급증함에 따라 은행권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 4월 부도기업수가 5백7개로 2001년 1월 이후 27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 부도가 잇따라 자칫 은행 경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전담은행인 기업은행이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아웃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을 계기로 기업은행을 포함, 국민.조흥.하나.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동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다음주 중 실무자 회의를 열고 중기 워크아웃 공조 방안에 대해 본격 논의할 예정이며 중소기업 보증채무가 많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도 함께 참여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새 제도의 모델이 되고 있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워크아웃 제도'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중 기술력과 사업성이 우수한 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원금과 이자 감면은 물론 출자전환까지 해주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중기 워크아웃 제도는 여신 5백억원 이상인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상에서 제외된 여신규모 30억~4백억원 규모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적 화의(부실기업에 대해 법원의 결정 없이 채권단이 기업과 사적 협약을 맺고 회생작업을 추진하는 것) 방식으로 워크아웃을 공동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채권단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통상 3개월이 걸리는 대기업 워크아웃과는 달리 1~2개월 내에 실사와 경영진단을 거쳐 회생 또는 회사정리(법정관리 또는 청산)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고 회생 결정이 나면 경영권을 유지시키면서 은행권이 공동으로 채무재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실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데 대해 은행권이 공동으로 사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개별 워크아웃보다 은행 공동으로 대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측도 이에 대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시중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면 중소기업 부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제도의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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