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式 홍위병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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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게 완장을 채우겠다는 거냐."

한나라당은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부 내 개혁주체 건설론'을 완장 채우기에 빗대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각 부처에 심겠다는 개혁주체세력은 중국 문화혁명 때의 모택동식 홍위병을 만들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가차없이 몰아내겠다는 건 국민으로서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사불란해야 할 공무원 조직 내에 비선조직을 만들겠다는 것도 국가 기강을 흔드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배용수(裵庸洙) 부대변인은 "공무원 조직 내에 '친위 완장조직'을 만들어 말을 안 들으면 몰아내겠다는 것이냐"며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성공한 대통령'의 평가를 스스로 하겠다는 盧대통령의 주장도 반발을 샀다.

李총무는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성공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건 독재권력의 전형적 특징"이라고 비판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대통령 멋대로 개혁을 이야기하고 대통령이 스스로를 평가하겠다니 개혁독재 시대가 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번 발언이 돌출적인 게 아닐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朴대변인은 "이번 발언을 듣고 보니 장관 정책보좌관을 무더기로 임명한 게 부처 내 개혁 주체 조직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장관의 정책기획 및 집행을 보좌할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정치장교'논란을 불렀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임명되고 있는 정책보좌관의 상당수가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며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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