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1심서 실형 선고] 법원 판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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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13일 법원의 실형 선고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룹 전체 이익을 위해 특정 계열사가 희생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 그 중 하나다. 재판부는 SK증권과 JP모건과의 옵션계약에 대해 "崔회장 등이 SK증권의 손해배상 책임과 아무 관련없는 SK글로벌의 해외 법인들에 오직 SK증권을 도와줄 목적으로 손실날 것이 필연적인 계약을 하도록 한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룹 내 계열사가 독자적 경영판단에 따르지 않고 그룹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의 맞교환에 대한 유죄 선고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 방식에 대한 첫 판결이다. SK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양사의 주가 평가는 업계 관행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기반한 것으로 정당한 것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사회조차 정식으로 거치지 않고 ▶가격 흥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 목적이 崔회장의 SK그룹에 대한 경영지배권 유지였다는 점 등을 들어 배임죄를 인정했다.

세법에 따른 주식평가라 할지라도 정당한 거래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벌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가격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 주장대로 양 주식을 주당 순자산가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상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또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어려웠던 경제사정과 재벌기업의 관행에 따른 것임이 일부 인정되나 회계 투명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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