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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어바니즘 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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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를 옮겨야 하는지, 수도권에 또 신도시를 건설해야 하는지, 대중교통 이용을 '강요'하면서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를 강행하는 것이 옳은지….도시관련 논란을 들으면서 일반 시민들은 헷갈린다.

강남의 재건축을 전면 허용해 서울 도시내에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지나친 밀집을 막기위해 재건축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좋을지등에도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뉴 어바니즘 헌장'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준다. 구체적인 공학 만큼 선언적 내용으로 채워진 이 책은 현대 도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문화 및 도시개발은 어떤 목표와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모두 2개7조에 이르는 헌장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어바니즘이란 '도시적 삶의 내용'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뉴 어바니즘 헌장이란, 새로운 도시적 삶을 위해 어떤 것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다.

'인간척도에 맞는 도시','보행자 우선 도시','친환경적인 도시' 등 제시되는 주장들은 하루 몇 시간씩 출퇴근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들은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토지이용을 주거지.상업지.공업지 등의 용도로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먼 통근거리와 이로 인한 교통체증,밤이면 텅비는 도심 등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위험한 용도가 아니면 주거,관공서.상업시설.사무실 등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함께 모여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이 책의 입장이다. 따라서 대도시권은 주변 확장보다는 내부 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을 채택하라고 권유한다.

한편 대중교통 정거장으로부터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는 높은 건축밀도와 토지이용을 유지해야 대중교통수단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사람들은 버스정거장에서 4백m까지는 걷는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전철이나 경전철의 경우에는 5백~8백m 정도까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거리 안에는 높은 밀도로 토지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다. 뉴 어버니즘 헌장을 만든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 때 마법과 같은 기계였던 자동차는 버릴 수 없는 도구이자, 동료 시민들과의 접촉으로부터 우리를 격리시키는 감옥으로 변했다. 농촌은 망가졌고, 도시는 방치됐다.

그러나 우리 노력에 따라 도시와 마을들은 재건될 수 있다."'뉴어버니즘 헌장'은 도시재건을 위한 길잡이인 셈이다. 그 선언적 내용에서 오늘의 서울을 재건하는 많은 암시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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