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별 더 서럽다] "늙었다고 내쫓는 곳 한국밖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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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컨설팅 전문업체 타워스페린(TOWERS PERRIN)의 박광서(朴侊緖.51.사진) 한국사장은 "나이 많다고 퇴출시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연령차별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朴사장은 25년간 쿠퍼스 앤 라이브랜드(Coopers & Lybrand)와 호주의 D A Group 등에서 근무하다 2000년 타워스페린 한국사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의 연공서열 문화와 연령차별에 대해 물어봤다.

-나이를 기준으로 퇴직시키는 한국의 관행에 대한 생각은.

"199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컨설팅을 해오면서 깜짝 놀란 건 퇴출시킬 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더욱 놀란 사실은 그렇게 퇴출되는 사람이 아무 불평 없이 나간다는 점이었다. 외국에서는 4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를 성숙한 역량으로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 시기로 보는데 우리는 이때를 주 퇴출대상으로 본다. 이들을 내보내면 경영자 인재 풀이 빈약해진다."

-왜 나이를 이유로 퇴출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나.

"우선 정확한 평가 근거가 없다. 또 연공서열에 따라 근무해왔고 혜택받았기 때문에 나가는 사람도 항변 없이 받아들인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우리와 비슷할 것 같은데.

"가장 늦게 변화한 곳이 일본이고 그 다음이 우리다. 닛산자동차만 해도 젊은 상사와 늙은 부하가 있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바닥에서 동업종 최고로 올라간 경우다."

-미국은 어떤가.

"직원들이 해고당할까봐 불안해하는 현상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가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잘 했느냐 못 했느냐를 어느 한 시점에 평가해 등수를 매기는 고과방식이다. 미국은 연중 상시평가를 통해 그 사람을 어떻게 길러주느냐에 역점을 둔다. 의사소통 구조도 우리가 일방통행이라면 그들은 평가주체와 대상이 서로 대등하다."

-국내에서 인사제도 개혁에 성공한 기업을 꼽는다면.

"CJ.태평양.삼양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랜 역사의 이 회사들도 성과.직무 중심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로 외환위기 직후부터 변신을 시작해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됐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수단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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