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평생 모은 골동품 등 630여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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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것은 남지만 가진 것은 없어진다."

평생 모은 골동품 등을 모두 국립 청주박물관에 기증한 충북 제천시 진주동물병원장 김연호(金然鎬.51)씨는 최근 박물관 측이 자신의 기증 문화재로 마련해준 특별전시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金씨는 1990년(3백62점)에 이어 지난해 말 2백68점 등 지금까지 6백30여점의 각종 골동품과 민속공예품을 기증했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소장 가치가 높은 2백50여점이 선보인다. 선사시대 석기류,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려.조선시대의 도자기.서화.민속품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그가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고교 재학 시절. 경남 하동의 집 근처 밭 한가운데 있던 돌무덤에서 나온 토기 몇 점을 우연히 얻고 나서 호기심에 빠진 그는 이후 용돈을 아껴 옛 그릇을 사모았다.

동물병원을 개원한 뒤에는 수입의 대부분을 골동품 사들이는 데 썼다. 탐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부인의 패물을 처분하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골동품에 미쳐 살다 보니 지금 그는 보험이나 적금 한 계좌 가지고 있지 못하다.

金씨는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이 담겨 있는 골동품은 건조한 일상을 촉촉하고 아름답게 적셔주는 존재"라며 "앞으로 고승들의 서화 등 불교 관련 문화재를 수집하는 데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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