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싸게 판다" 소상공인 상대 6억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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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커피믹스 등 소규모 물품을 수출하는 도소매업자 김모(39)씨는 지난달 3일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커피믹스를 도매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글을 발견했다. 글을 올린 사람은 "회사 사정으로 커피믹스를 급하게 처분한다"며 "차량 단위로 발주도 가능하다"고 했다.

솔깃한 김씨는 곧장 연락해 커피믹스 6800박스(3억3100만원 상당)를 주문했다. 계산은 물건을 받은 뒤 하기로 했다. 해당 업체는 사업자증명서와 세금증명서를 김씨에게 팩스로 보낸 뒤 물건을 실을 화물차량을 한 대 기업 물류창고 앞으로 보내라며 주소를 알려줬다.

그러나 주소 속 창고 문은 닫혀 있었다. 화물기사는 김씨에게 연락해 물건을 건네기로 한 이들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업체 측은 "착오가 생겨 출입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뒷문으로 오라"며 다른 주소를 알려주는 등 시간을 끌었다. 그러곤 화물기사인양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다 실었다"고 알렸다. 조금 뒤 물품 대금을 입금한 김씨는 화물 차량기사에게 "언제쯤 도착하느냐"고 연락한 뒤에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물건을 시세보다 싸게 판다는 글을 올리고 돈만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7일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직폭력배 이모(30)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과 함께 범행을 벌인 필리핀 총책 박모(29)씨를 인터폴에 수배하기로 했다.

이들은 필리핀에 콜센터를 차리고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김씨 등 도소매업자 6명에게 6억2500만원을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아 챙긴 혐의다.

김씨 등은 덤핑 판매 등 대규모 물품 거래의 경우 구매자가 직접 현장에 오지 않고 화물기사와 전화 연락만으로 물품을 확인한 뒤 입금하는 점을 노렸다.

광주광역시와 서울 지역 조직폭력배인 김씨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의 지시를 받아 도소매업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커피믹스·고철·네트워크장비 등을 도매가보다 20∼30% 싸게 판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연락을 한 도소매업자들에게 "차를 보내라"고 한 뒤 화물차량 기사의 번호를 알아내 “물품을 받았다”고 거짓 연락을 한 뒤 대금만 챙겼다. 인터넷 물품사기와 비슷하면서도 도소매업자들을 상대로 대량의 물품을 거래한다고 속이면서 피해 금액이 커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할 경우 국내 조직폭력배들이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등 연계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물품 거래 전 국세청을 통해 사업자등록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물품 인수를 할 때 구매자가 화물기사와 직접 동행해 물건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인천남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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