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대중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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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4 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방송에서 찾았습니다. 케이블 채널 Mnet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입니다. 늦은 밤 TV를 켰다가 우연히 보게 됐는데, 묘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그 뒤로 금요일 밤마다 본방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비트에 맞춰 리듬을 타면서 각운이 맞아떨어지는 대사를 내뱉는 랩은 힙합의 중요한 요소인데, 이 박자와 리듬과 가사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질 때의 짜릿함은 어떤 예술에서도 찾기 힘든 묘미입니다. 요즘 10대와 20대들이 뭘 하고 노는지 궁금하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다음소프트의 방송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무한도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그 인기를 증명했죠.

자유로운 비판과 직설적인 가사가 랩의 특징이라지만 여성 비하나 선정적 표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제 막 힙합의 매력에 눈을 뜬 ‘초보 애호가’ 입장에서 안타깝습니다. 비속어를 방지하는 버저 소리는 또 왜 이렇게 많이 들리는지. 장르 자체가 혈기방자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담는 분야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욕 대신 멋진 표현으로 감정을 분출할 수는 없는 걸까요.

28일 마지막회는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전 스포일러를 방지하고 결승전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죠. 성숙한 모습으로 힙합 대중화라는 새로운 신화를 쓸지, 아니면 유례없는 대형 방송사고가 터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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