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쉬는 것도 훈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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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T&G 여자배구 선수들은 15일 오후 아산 현충사를 찾았다. 이순신 장군 영정에 참배도 하고, 경내에서 사진도 찍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김형실 감독은 "선수들의 기분 전환을 해주기 위해서"라고 현충사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도로공사.현대건설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2위 KT&G는 17일 흥국생명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체육관에서 땀 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쉬는 것도 좋은 훈련"이라고 말했다.

프로배구 V-리그가 종반전에 돌입하면서 선수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자 팀마다 선수들의 활력 충전을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지난 1일 천안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했다. 제목은 '마파도'. 라이벌 삼성화재와의 3차전을 이틀 앞두고서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틀 뒤 삼성에 3-2로 승리하자 안남수 사무국장은 "삼성에 패했으면 영화 구경했다는 말을 못했을 텐데, 이겨서 다행"이라며 "영화 관람이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장 선수가 많은 삼성화재는 훈련이 없을 때는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을 준다. "결혼한 선수들은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미혼 선수들은 친구나 애인을 만나거나 숙소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편"이라고 신치용 감독은 말한다.

이 같은 사정은 대부분 구단이 비슷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체육관에 모여 훈련하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남자 선수들은 훈련이 없을 때는 숙소에서 컴퓨터 오락이나 당구를 하거나, 밀린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여자 선수들은 대개 찜질방을 찾아 휴게실에서 담소를 즐기거나 시내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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