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 '엄포서 행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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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추진하는 '선택적 해상봉쇄'는 그동안 '말'로 해 왔던 워싱턴의 대북 압박이 '행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스페인 해군을 동원해 인도양에서 북한의 미사일 화물선을 나포했다.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적재하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였다.

그러나 미국은 사흘 만에 풀어주고 말았다.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할 만한 국제법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을 겨냥해 선택적 해상봉쇄에 나설 수 있는 국제 협력체제 구축에 뛰어들었으며, 그에 앞서 일본.호주와 해상봉쇄를 위한 구체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북한의 마약 및 무기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밝힌 이래 이달 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 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타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호주.프랑스.독일 등이 참여하는 10개국 회의에서 북한의 해상 봉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 경우 미국은 북한 선박을 '합법적'으로 나포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정치적.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셈이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할 때 선택적 해상 봉쇄는 크게 정보 추적과 정선(停船) 및 나포라는 2단계에 걸쳐 전개될 공산이 크다. 정보 추적 단계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해군이 KH-11 등 첩보 위성 등을 통해 북한의 항만을 드나드는 북한 선박과 외국 선박을 면밀히 감시하는 것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마약밀매 또는 무기 수출 등 미심쩍은 혐의를 포착할 경우 미국은 일본.호주 등 관련국에 이 사실을 통고한다. 통고를 받은 호주.일본 등은 자체 해군을 동원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정선, 나포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은 북한 선박뿐 아니라 무기 밀매에 동원되는 북한의 항공기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해상봉쇄 계획은 한국에 정치.외교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만일 한국이 이 계획에 참여할 경우 이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화해 및 교류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이 계획에 불참하거나 반대할 경우 이는 자칫 한.미 동맹 약화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최원기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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