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테러, 한국인 피해자 없는 듯…사망자 22명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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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태국 방콕의 관광 명소 에라완 힌두사원 폭탄 테러 용의자 1명이 포착됐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18일 총리실에서 안보관계자들과 회의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명확하지는 않으나 CCTV에 용의자가 찍혔다”며 “그를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프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폭탄 테러 용의자들이 누구인지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며 “용의선상에 오른 용의자들은 소수”라고 밝혔다. 프라윳 총리는 “용의자는 태국 북동부에 기반을 둔 반정부 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06년 군부 쿠테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 운동의 주요 근거지다.

현지 언론도 이번 테러의 배후가 반정부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던 프라윳 총리가 쿠데타를 통해 친 탁신계의 잉락 친나왓 정부를 무너뜨린 후 반정부 세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군부는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2017년까지 연기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군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러가 발생한 에라완 사원 주변이 2010년 ‘레드 셔츠’ 집회가 열렸던 장소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당시 군의 진압 과정에서 90여명이 사망하고 17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군부 관계자는 “남부를 기반으로 한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연루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방콕 시내 438개 학교를 임시 휴교시키고 시내 주요 관광지의 경비를 강화했다. 주 태국 한국대사관은 18일 “병원 등을 확인한 결과 한국인의 사망ㆍ부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2차 폭탄 테러 소문이 있는 만큼 테러위험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 태국 미국 대사관도 “위험지역을 피하고 현지 언론을 주시해 달라”며 여행 자제 권고를 내렸다. 홍콩 정부는 방콕지역에 대해 적색 여행 경보를 내리고 필수 여행을 제외한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태국 폭탄 테러는 관광을 주로 하는 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관광지에서 폭발 테러가 발생한 만큼 안전을 이유로 태국 관광 취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태국은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만큼 관광 의존도가 높다. 이날 태국 바트화 가치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고 태국 증시도 한때 3%이상 폭락했다.

18일 태국 폭탄 테러 사망자는 22명, 부상자는 12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에는 중국인 3명, 홍콩인 2명, 말레이시아인 2명, 싱가포르인 1명 등 외국인 8명이 포함됐다. 솜욧 품품무엉 경찰청장은 “TNT 3㎏의 사제 파이프 폭탄과 오토바이에 장착된 폭탄 2개가 터져 반경 100m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원이 붐비는 저녁 7시를 노려 사망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터지지 않은 폭탄 2개도 추가로 발견됐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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