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가수들 귀환 반가운데 아들 생각에 맘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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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나서 무대에서 마음껏 뛰어놀 성재가 없으니까 속상하죠. 그래서 잘 안 봐요. 무대 위 가수들의 즐거운 얼굴들 보면 성재 생각이 나고 또 슬퍼지니까요.”
올 초 MBC TV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방송 이후 지누션·터보 등 1990년대 활동했던 스타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30~40대는 10~20대 시절을 함께한 가수들을 보며 그 시절 추억에 잠겨 즐거워했다.
그러나 아들 생각에 차마 TV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육영애(70)씨다. 93년 댄스그룹 듀스(DEUX)로 데뷔한 고 김성재(1972~95년)가 그의 아들이다. 김성재는 첫 솔로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날인 95년 11월 20일 숙소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사인을 밝히지 못해 지금까지 의문사로 남았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유조차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엄마와 동생 성욱씨의 상처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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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가 떠나고 10년은 그냥 살았어요. 시간이 가니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멍하게요. 그런데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지나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성욱이한테도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성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그즈음 연예인 자살이 잇따랐는데 그때마다 기사에 성재 이름이 같이 올라오길래 언론사에 전화하고 그래도 안 되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가 자살이 아니라고 정정했어요.”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엄마는 자신을 다독이며 더 강해졌다. 무엇이든 배우고 일했다. 시니어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봉사 활동을 하고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지만 문득문득 아들 생각이 난다.
“하늘에 성재가 있잖아요. 그래서 성재가 보고 싶을 땐 하늘을 봐요. 성재가 한강을 좋아했거든요. 한강 지날 때면 생각이 나죠. ‘우리나라는 한강이 있어 잘될 거야’라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요.”
요즘은 김성재를 빼닮은 다섯 살 손녀(차남 성욱씨 딸)가 육씨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손녀가 성재랑 많이 닮았어요. 다정하고 애교가 많아요. 종알종알 떠드는 거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성욱이도 어느 날 딸이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행복을 되찾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손녀가 더 고맙죠.” 올해는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되는 해다. 11월 20일인 20주기를 앞두고 올여름 육씨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과의 추억, 아들이 떠나고 난 후의 삶을 엮어 전자책으로 낼 계획이다. 또 듀스와 김성재를 알리고 싶어 지난달부터 수원 집에서 역삼동까지 1시간 거리를 달려와 SNS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SNS로 성재가 활동하던 당시 영상을 올려 보여주고 싶어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남은 제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죠.”
만난 사람=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