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기춘, 의원직 사퇴하고 재판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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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3억5800만원 금품 수수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국회의원의 도덕적 추락이다. 3선의 박 의원은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중진이다. 그런 사람이 분양대행업자로부터 현금 2억7000만원과 시계·안마의자 등 명품 10여 점을 받았다. 그런데 박 의원 말고 부인과 아들 등 가족도 명품 10여 점을 별도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시계는 3000만원이 넘는 것들이었다. 이들 가족은 가장의 국회의원 직을 기발하고 손쉬운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음이 분명하다.

 수사가 시작되자 박 의원은 명품 등을 돌려주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그는 탈당과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내년 5월 말 임기까지는 국민세금으로 지급되는 의원 세비를 그대로 받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 혈세가 이런 사람에게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그는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고 판사 앞에 서야 한다. 그가 사퇴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라는 절차도 필요 없다.

 그의 처신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대처방식이다.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 당의 여성의원들은 국회의장을 찾아가 그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과 그 당의 의원들은 박기춘 의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모든 혐의를 시인했으므로 이 사건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당은 눈을 감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혁신위의 태도다. 혁신위는 아예 이 사건을 모른 체하고 있다. 박 의원이 받은 3억5800만원은 보통 서민은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 그들의 귀에는 서민의 분노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혁신위가 이를 외면하면 혁신의 도덕적 기반은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