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 고객 문호 넓히고 혜택 늘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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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동제도’로 불리는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이 오는 10월 선보이면 은행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계좌 변경을 통해 주거래은행은 물론 관련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게 돼서다. 지금은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려면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해지해야 한다. 하지만 10월 본격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 이체, 급여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계좌에 줄줄이 물려 있는 자동이체 때문에 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주거래은행이 성에 차지 않으면 서비스 좋은 다른 은행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그 때문에 10월부터 은행 간 예금 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고객 이탈이 급증한 해외 사례가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국은 2013년 9월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후 올 3월까지 175만 건의 계좌 이동이 발생했다.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약 4만 계좌가 유입되고, 12만 계좌가 빠져나가 8만 명 이상의 고객을 잃었다. 반면에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는 17만 계좌, 할리팍스는 15만 계좌의 순유입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계좌 이동 건수(약 110만 건)의 30%를 차지했다. 산탄데르는 예금 잔액에 최고 연 3%의 금리를 주고 휴대전화 요금이나 가스비 결제 등에 대해 1~3%의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연간 800조원에 이르는 자동이체 시장을 놓고 금융권의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금융결제원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 건, 799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월평균 이체 건수는 8건이다. 건당 평균 이체 금액은 31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거대 시장을 놓고 대형 은행들은 ‘고객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주거래 고객 선정 기준을 낮추고 우대 혜택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계좌이동제 대비 예금상품
IBK기업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주거래 고객에게 우대혜택을 강화한 패키지 예금 상품 ‘IBK평생한가족통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입출식·적립식·거치식 예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입 대상은 개인고객이다.
 주거래 조건이 충족되면 입출식 통장의 경우 전자금융 수수료, 자동화기기 출금·이체 수수료 같은 각종 수수료 면제 및 환율 70%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또 적립식과 거치식 상품은 각각 연 0.3%포인트, 연 0.1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되고 대학교 학자금, 결혼, 출산, 주택 구입 등 사유로 중도해지 시 특별중도해지금리를 제공한다. 주거래 고객이 되려면 급여이체 또는 연금 수급, 입출금 통장 월평잔 100만원 이상 유지, 아파트 관리비 또는 지로 공과금 3회 이체, 개인대출 보유, 신용(체크)카드 이용 월 30만원 이상 사용,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적립식·거치식 상품 가입 등의 조건 가운데 두 가지 이상 충족하면 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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