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어지는 신격호 … 치매약 복용설 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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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4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2013년 말 고관절 수술 후 건강이상설이 돌고 있다. [뉴시스]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를 둘러싼 건강이상설이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 입장에선 분쟁의 대척점에 서 있는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신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9일 롯데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나이가 들면 건강보조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약을 먹는 게 자연스럽다”며 “알츠하이머 약을 드시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게 롯데그룹 내부의 일반적인 정서다.

 최근에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난달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해임했을 당시에만 해도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었다.

 알츠하이머 약 복용 여부를 떠나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2013년 12월 신 총괄회장이 고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깜빡깜빡’하는 순간이 많아졌다는 평이다. 신 총괄회장은 평생을 큰 병치레 없이 살아왔지만 자신의 집무실이자 거주 공간인 롯데호텔 34층에서 넘어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었다.

 실제로 고관절 수술 이후 거동도 불편해졌다. 수술 이전에는 수행비서만 거느린 채 자신의 걸음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직접 둘러보곤 했지만 최근에는 휠체어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는 측근들의 증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고관절 수술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는 ‘셔틀경영’을 중단한 것도 신 총괄회장의 체력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초까지 한·일 양국을 오가며 양쪽의 사업장을 챙겼었다. 롯데그룹의 사장급 관계자는 “대표들끼리는 ‘총괄회장께서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만 맑은 정신으로 계신 것 같다’고 얘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 역시 “2013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과 다르게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 모았던 것도 결국 아버지의 총기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확신 없이는 감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를 비롯해 그룹 내 7개 핵심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맡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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