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도난 당한 스트라디바리우스, 주인 품으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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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고인이 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로만 토텐버그가 1980년 보스턴에서 도난당한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35년 만에 주인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토텐버그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734년에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2011년 경매에서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590만 달러에 낙찰된 것에 비춰볼 때 최소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6일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6월 뉴욕에서 토텐버그의 바이올린을 되찾아 NPR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기자로 일하는 그의 딸 니나 토텐버그에게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토텐버그는 1980년 보스턴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그를 기다리는 청중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이 교수로 있는 롱이 음악학교 연구실로 돌아와서야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고국 폴란드에서 음악천재로 불렸던 토텐버그는 1943년 요즘 돈으로 20만 달러를 주고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서 38년을 오직 그 악기만을 파트너 삼아 연주를 해왔다. 상심이 컸고 의심 가는 용의자도 있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포기한 그는 대신 같은 기간에 제작된 과르네리 바이올린을 구입해 연주와 교수 활동을 하다가 2012년 10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토텐버그가 의심했던 사람은 젊고 유망한 바이올린 연주자 필립 존슨으로 바이올린 도난 당시 사무실 밖에서 목격됐으며 그의 전 여자친구가 찾아와 존슨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얘기해줬기 때문인데 당시 경찰은 그것 만으로는 수색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슨은 곧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평범한 음악인으로 살다가 토텐버그 보다 1년 앞서 58세에 암으로 숨을 거뒀다.

그리고 3년 후인 지난 6월 존슨의 전 부인이 죽은 전 남편이 남겨준 집을 치우러 갔다가 암호 자물쇠로 잠겨진 바이올린 케이스를 발견했는데 부수고 열어보니 그 안에 1734년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적힌 바이올린이 있었던 것. 존슨의 전 부인은 진짜 스트라디바리우스인지 알아보려고 뉴욕의 감정사에게 가져갔고 감정사는 FBI에 도난품이 나타났음을 알렸다. 감정사 필립 인제리안은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존슨이 나름대로 악기를 보호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면서 "전혀 흠없이 놀랄만큼 잘 보존돼 있다"고 전했다.

사실 도난당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마켓에 나왔다가는 당장 발각될 수있기 때문에 훔쳐간 사람이 범죄를 고백하지 않는 한 다시 세상 빛을 보기는 힘들다. 1995년 도낭당한 바이올리니스트 에리카 모리니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토텐버그의 가족들은 6일 악기를 돌려받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팔처럼 여겼던 악기를 되찾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수집가가 아니라 연주 거장의 손에 들어가 전세계 연주회장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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