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일본, 아시아 침략 솔직한 반성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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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네

일본 보수 정계의 거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97) 전 총리가 전후 70주년을 맞아 한·중과 일본 간 역사 문제에 대해 “민족이 입은 상처는 3세대 100년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7일자 요미우리신문 기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언행은 엄격하게 삼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일본인은 전쟁과 패전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며 “역사를 바르게 볼 수 없는 민족에 정치의 장기 안정성도, 다른 민족으로부터의 신뢰와 존경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역사의 부정적인 부분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직시하는 용기와 겸허함을 갖고 국민,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현대 정치가의 큰 책무”라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선 “과거의 역사를 직시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담화를 답습해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와 전후 60년 고이즈미 담화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고 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선 침략 전쟁이었다”며 “역시 일으키지 말아야 할 전쟁이자 잘못된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으로 아시아와의 우호협력 관계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며 “한·중·일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대화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월간 문예춘추 9월호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기고를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2~87년 총리를 역임했으며, 퇴임 후에도 일본 국가 전략의 나침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보수 계열의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총리도 침략을 명확하게 인정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전후 70년 담화에 담을 것을 촉구했다. 사설은 “아베 담화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이 전해지는 말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사과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2007년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6일 논평을 내고 “아베 총리가 일본군의 손에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게 명명백백히 사과해야 한다”며 “마지막 사과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재촉구했다. 찰스 랭글(민주·뉴욕) 하원의원도 “(아베 총리의 사과는) 인권·평화를 지지한다는 일본의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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