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 교사, 영원히 교단에서 추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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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참담하고 부끄럽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장과 교사들의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문제의 학교는 2013년 3월 서울 서대문구에 개교한 남녀공학 공립고교다. 전교생 753명 중 여학생이 393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또 교사 50여 명 중 여성이 30여 명이다. 이런 학교에서 교장과 보직 교사 등 5명이 지난해 2월부터 여교사 10명과 여학생 130여 명을 지속적으로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전체 여교사·여학생 3명 중 1명이 몹쓸 짓을 당했다는 얘기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회식자리에서 여교사를, 교사들은 여교사와 제자들에게 수시로 몹쓸 짓을 했다고 한다. 특히 50대 영어교사는 수업 중 ‘원조교제를 하자’며 괴이한 상상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교사라, 어떻게 이런 곳을 학교라 할 수 있겠나.

 문제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교육 당국이 ‘깜깜이’였다는 점이다. 그런 사이 교장은 성추문을 은폐하며 전보 혜택까지 베푼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교사인 경우는 이런 규정조차 없다. 교장이 뭉개면 그만인 것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학교 특성상 제 식구 감싸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희연 교육감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달 16일 여교사의 용기 있는 민원 제기로 사태를 알게 된 뒤 이제껏 한 조치라고는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게 전부다. 올봄 촌지근절대책을 내놓으면서 1만원짜리 상품권만 받아도 엄벌하겠다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특히 자신이 임명한 감사관이 학교 감사 당일 술을 마시고 조사를 한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조치가 없다. 이 또한 제 식구 감싸기 아닌가. 교육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4일에야 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성범죄 교사 즉시 격리조치와 성희롱 예방교육을 대책이라고 내놨다. 허술한 법령 등 구조적인 맹점은 놔두고 땜질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이 같은 교육 당국의 안일한 행정을 다잡으려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우선 학교 내 성고충상담위원회에 반드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위원인 교감·교사가 한통속인데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겠는가. 특히 수사기관이 성범죄 수사에 착수하면 교육청이 즉각 징계 절차를 밟도록 국가공무원법도 손질해야 한다. 현재는 기소를 안 하면 교장이 덮어버려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더 중요한 것은 성범죄자의 교단 영구 추방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성범죄에 연루되면 명단을 공개하고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범죄 연루자는 교원 자격을 영구 박탈하도록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학부모 마음으로 서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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