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기술로 우뚝 선 맥라렌… 시속 100㎞까지 가속 단 2.9초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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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호 18면

675LT [사진 맥라렌]

수퍼카의 명가는 영국에도 있다. 바로 맥라렌이다. 1963년 뉴질랜드 출신 브루스 맥라렌이 세운 레이싱팀이 뿌리다. 현재는 맥라렌 테크놀로지 그룹이 레이싱·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 센터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형태. 수퍼카 만드는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지분은 맥라렌 그룹이 41%, 바레인 왕이 41%, 싱가포르 사업가 피터 림이 18%를 쥐고 있다.

수퍼카의 명가, 영국에도 있다

맥라렌은 체질 개선에 열심이다. 그동안 터줏대감 노릇한 모터스포츠 바닥에서 벗어나 수퍼카 제조사로 일어서는 중이다. 여러 조건이 맞았다. 일단 최고의 F1 레이싱 기술과 엔지니어가 있다. 시장도 변했다. IT 신화로 대박을 낸 젊은 경영인, 고속성장에서 기회 잡은 신흥국의 벼락부자 등 비싸고 빠르며 희귀한 차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맥라렌에게는 짜릿한 성공 경험이 있다. 92~98년 106대만 생산한 맥라렌 F1이 신화의 주역이다. 이 차는 98년 3월 31일, 양산 세계 최고속 자동차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엔진 회전수 제한기를 달고서 시속 372㎞, 떼어내고선 시속 391㎞를 기록했다. F1은 독창적 디자인부터 공학적 완성도까지 신화로 회자할 자격이 충분한 명차였다.

현재 맥라렌 오토모티브는 12C와 650S, P1 등 세 가지 자동차를 생산 중이다. 모두 늘씬한 스포츠카다. 이 가운데 P1은 맥라렌 라인업의 꼭짓점이다. 아울러 남다른 의미도 갖는다. F1의 실질적 후속을 자청했기 때문이다. P1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퍼카다. 플러그인은 전원과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맥라렌은 또 하나의 신차를 내놓았다. 675LT다. 650S를 밑바탕 삼아 출력은 25마력 높이고, 무게는 100㎏을 덜어낸 고성능 버전이다. 500대 한정판인데, 이미 계약이 끝났다. 지난달 영국에서 이 차를 시승했다. 외모는 전형적인 수퍼카다. 문도 특별하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가위처럼 빗겨 연다. 반면 맥라렌은 나비 날갯짓하듯 연다.

맥라렌 675LT의 엔진은 V8 3.8L 가솔린 트윈터보다. 최고출력은 이름과 같은 675마력. 엔진은 좌석과 뒷바퀴 사이에 얹는다. 두 명만을 위한 실내는 알칸타라(스웨이드의 질감을 재현한 합성섬유)로 감쌌다. 겉모습처럼 실내 디자인 역시 간결하되 디테일까지 완벽을 추구했다. 터보의 바람개비를 묘사한 송풍구나 섬세하게 가공한 페달이 좋은 예다.

맥라렌 675LT의 성능은 압도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을 단 2.9초에 마친다. 운전감각은 경주차에 가깝다. 과잉흥분이나 자기만족을 유도할 왜곡이나 과장이 없다. 정교하고 정직하다. 레이싱에 뿌리를 둔 회사답다. 맥라렌은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해 있다. 기흥인터내셔널이 서울 전시장에서 팔고 있다.

김기범 객원기자·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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