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 믿고 중국 투자하면 낭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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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호 21면

중국 법률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중국 로펌은 공산당 관리에게 줄이나 대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미권 로펌과 합병을 통해 이제 세계 1위 로펌도 중국 로펌이 됐다. 중국 최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킹앤우드(King&Wood Mallesons·金杜)의 김보형(40·사진) 파트너 변호사는 “중국 하면 관시(關係)로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중국 로펌은 외국기업 자문을 넘어 이젠 중국기업의 해외진출 자문 비중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로펌 킹앤우드 김보형 파트너 변호사

-중국의 법률시스템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영미권과는 다른데.
“킹앤우드의 사례를 보면 2012년 호주 최대 로펌 맬리슨스(Mallesons Stephen Jaques)와, 2013년엔 영국 로펌 SJ 버윈과 합병했다. 기업·증권·은행·국제무역·지적재산권·분쟁해결 등 6개 부문이 있고 각 멤버 로펌의 부문장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맞는 맞춤형 전담팀을 구성한다. 중국이든, 영미권이든 모든 분야의 법률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흔히 간과하는 중국 법률시스템의 맹점은 뭔가.
“외국인 투자가 신고 절차만 거치는 많은 국가와 달리, 중국은 당국의 비준을 필요로 한다. 또 특정 산업에 대해선 진입제한이 있어 별도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극단적인 예로, 사업 출범 전에 긴 비준·등기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먼저 투자에 나섰다가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가 나오던 날 폐업한 사례도 있었다. 관시가 좋다는 중국 측 파트너 말만 믿고 돈을 뜯기는 경우도 있다.”

-중국 법률시장은 계속 성장 가능성이 있나.
“최근 2~3년 사이 중국 법률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문 위주에서 중국기업의 해외투자 중심으로 큰 전환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종전에는 영미권 로펌들을 선호했으나 중국 법률시장이 성숙하면서 중국 로펌들도 그에 못지않은 전문성과 서비스를 갖추게 됐다. ”

-시진핑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은 중국 로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반부패 정책의 핵심은 법치다. 관시와 관습이 우선되던 것을 법률과 법규에 따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대해 우려했던 것이 ‘중국은 모든 게 관시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법치의 확립은 정부와 법원의 입장과 판결을 예측가능하게 함으로써 중국 투자환경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로펌에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진출 계획도 있나.
“아직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킹앤우드의 한국 진출은 중국 로펌이 아닌 글로벌로펌의 한국진출이 될 것이란 점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사무소에 한국데스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들은 한국에 설립될 킹앤우드 사무소의 해외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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