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인세 타협’ … 당장 안 올리고 논의 가능성 열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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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단은 27일 국회에서 국 정 원 해킹 의혹 진상 규명 방안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일정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 세수결손 충당분을 제외한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증감 등에 대해서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양당 간사가 합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김경빈 기자]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3시20분부터 5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문을 만들어내면서다.

 추경안 규모는 본회의 통과 직전에야 확정된다.

 여야는 이날 11조8000억원의 정부편성안 가운데 세입 결손분을 보전하기 위해 책정된 5조6000억원 중 2000억원을 삭감하고, 나머지 6조2000억원 중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등에서 5000억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5000억원의 조정은 양당 예결위 간사가 하기로 했다. 5000억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업은 늘어나고, 어떤 사업은 줄어들 수 있지만 ‘2000억원+α’의 삭감은 불가피하게 됐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안에 대해 7000억원 정도를 국회에서 손댈 것”이라며 “필요 없는 부분을 삭감해서 메르스 대책에 대한 비용을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조8000억원의 정부 추경안을 일부 손질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데는 여야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추경안 처리 시한으로 24일을 못 박아둔 이유도 있지만 야당도 추경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 부담을 느껴왔다.

 하지만 ‘세입 결손 방지 대책’이 문제였다. 야당은 “추경안 가운데 정부의 세입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예산(5조6000억원) 책정이 너무 많다”며 “고질적인 세입 결손을 막기 위해선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오후 8시까지 계속된 협상 끝에 두 원내대표는 ‘정부가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해 대책을 수립한다’는 조항을 합의문에 ‘부대의견’으로 담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당초 야당이 요구한 ‘법인세 인상’ 대신 합의문엔 ‘법인세 정비’란 표현이 들어갔다.

 ‘법인세 정비’의 의미에 대해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인세 인상을 포함해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했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협의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당장은 법인세를 올리지 않고 손질 시기도 못 박지 않은 상태에서 인상 가능성만 열어놓으며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이날 합의문엔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방안도 담겼다. 추경안 협상과는 별도로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여야는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등이 ‘3+3 협상’을 병행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 정보위원회 청문회는 열지 않는 대신 정보위는 물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국방위·안전행정위 등 관련 상임위를 다음달 14일까지 열어 국정원 등으로부터 자료와 현안보고를 받는 쪽으로 타협했다. 양당 합의로 정보위에 출석할 사람을 정해 증언과 진술을 듣되,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양당 간사가 협의하기로 했다. 협상 내내 새정치연합은 “진상 규명을 위해선 청문회 개최가 불가피하다”(신경민 의원)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비공개’가 원칙인 정보위에서 공개적인 방식의 청문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이철우 의원)고 반대했다. 정보위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야당 내에서 논란이 뒤따를 수도 있다.

 여야는 24일 본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내정)도 선출한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11일 실시하기로 했다.

글=김경희·위문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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