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시간당 최저임금 8.75 → 15달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뉴욕주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 시대를 열었다.

 뉴욕주 임금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 레스토랑 종업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 8.75달러(약 1만원)에서 15달러(약 1만7000원)로 올리도록 주 정부에 권고했다. 인상률 71.4%다. 뉴욕시는 2018년 말까지, 나머지 지역은 2021년 7월 1일까지 각각 단계적으로 15달러로 올리는 내용이다. 뉴욕주 정부의 권고안 수용은 확실시된다.

 뉴욕주의 이번 결정은 미국 사회를 강타한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새로운 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회에서 뉴욕주가 갖는 위상과 비중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시애틀·로스앤젤레스 등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책정하고 있지만, 주 정부로는 뉴욕이 처음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민주당)가 이날 “우리는 언제나 처음이었다. 언제나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영향력을 가리킨다. 다른 주가 뉴욕주의 결정을 뒤따를 것이란 의미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도미노 효과’가 있다. 한곳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다른 곳으로 파급된다 . 근로자들은 임금이 높은 곳으로 옮겨가게 마련이고 구인난을 겪는 업체들은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은 물론 산업 간에도 통하는 논리다.

 애초 쿠오모는 뉴욕시의 최저임금을 11.5달러로, 주의 다른 지역은 10.5달러로 올리는 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에 거부당했다. 쿠오모는 특정산업의 최저임금 결정은 주의회를 통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활용했다. 비숙련 저임 근로자가 몸담게 되는 대표적 업종인 패스트푸드 산업을 고른 것이다. 뉴욕주의 패스트푸드 산업 종사자는 약 18만 명에 달한다.

 도미노 효과를 감안하면 다른 업종 역시 최저임금 인상 태풍에서 비켜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유통업체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주의 최저임금 대폭 상향은 미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좌클릭’ 현상과 무관치 않다. 노동계에선 “99퍼센트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