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과거사보다 실리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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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은 8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새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지만 북한 핵 대응방안에선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정상회담 전날 밤까지 양국은 대북 압력을 공동선언문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공방을 벌였다"며 "일본이 양보, 다소 모호한 표현이 됐지만 양국 사정이 달라 앞으로의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이 선언문에 순화된 표현을 쓴 것은 한국을 의식한 것이고,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더욱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태도였다"며 "공동성명과 회견의 내용을 '한 세트'로 봐달라"는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핵 문제에선 양국 간 사고의 틈새가 명백히 드러났지만 盧대통령은 시종일관 과거사보다 북핵이나 경제에 중점을 두는 실리외교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도 "양국 정부가 추진해 온 '전후(戰後) 역사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는 정상회담' 원칙이 끝까지 지켜진 점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상은 북핵 대책을 둘러싸고 양국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 7일 "북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 일본은 일본과 한국이 각각 할 일을 한다는 뜻"이라며 "양국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결코 어긋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현충일 방일' 문제로 곤경에 처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극찬의 미사여구를 보냈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7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내에서 이번 방문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盧대통령의) 용기있는 결단에 마음으로부터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는 한국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줄곧 '미래지향적 회담'을 고수한 盧대통령에 대한 최대의 답례였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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