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본 기행] '변해가는 일본인' 저술 니토 히로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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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의 컨설턴트인 니토 히로유키(日戶浩之.사진)는 1990년대 말부터 두차례에 걸쳐 '변해가는 일본인'이란 저서를 통해 일본인의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뭉치길 좋아하던 일본인들이 10여년동안 이어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이른바 느슨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본인의 마음을 지배했던 가치는.

"일본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이라고 하면 크게 '무라(村.마을, 즉 지역)사회'를 중요시하는 것과 '세켄(世間.소속 사회)'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었다.'무라하치부(村八分.마을 법도를 어긴 사람과 그 가족을 마을 사람들이 따돌림)'란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집단 사회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붕괴되고 있다."

-그 원인이 뭔가.

"급속한 도시화.세계화가 주 원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서구식 개인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현재 일본인이 서방의 개인주의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다. 집단이나 커뮤니티의 제약이 없어진 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제 멋대로 하는 사회가 됐다는 느낌이다.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도외시하고 말이다."

-일본인들의 새로운 가치관은 뭔가.

"자기를 희생해 부모 내지는 자신이 속한 기업을 살리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 자신의 생활과 삶을 즐기기를 원하는 '자기방위'의식이 커졌다."

-그럼 일본식 '화(和)'의 문화는 사라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과거에는 집단이라는 것이 회사나 마을같은 대규모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네트워크의 규모가 훨씬 작아졌다. 예컨대 '친구들이 모이는데 나만 빠진 것은 아닐까'라든지, '나에게만 e-메일을 안 보낸 것은 아닐까' 등의 일종의 작은 '무라하치부'의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일본 사회를 이끌어 온 큰 집단 안에서의 '화'의 개념이 소규모 네트워크 안의 '화'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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