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日 자유무역협정 전향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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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정부 간 교섭을 조기 개시키로 함에 따라 검토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양국의 산업구조와 기술력 수준을 감안할 때 관세와 무역 장벽을 없애면 당분간 한국 측 피해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양국 경제에 모두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계 경제는 블록(bloc)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사실상 단일공동체이며, 동남아 국가들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미주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FTA를 맺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유일하게 맺은 한.칠레 FTA는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한 상태이고, 미국과의 투자협정도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에 발목이 잡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개방을 통해 국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아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한.일 FTA 협상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중국과의 FTA도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국내 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철저하게 전략적 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에 본격 개방되면 특히 자동차나 전자부품 등에서 피해가 예상되며, 대일 무역역조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내 산업이 준비할 수 있도록 관세철폐 기간을 최대한 늘려잡는 한편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한국 상품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게 비관세장벽 철폐를 비롯해 기술이전과 투자유치 등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

한국은 교역규모에서 세계 11위, 대외의존도가 67%나 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방과 국제공조는 불가피하며, 그 시작은 바로 이웃인 일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