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日 자평] "과거사 제기안한 건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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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무리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9일 수행기자단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한.일 정상회담의 뒷얘기와 방일 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밝혔다.

盧대통령은 "방일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아침 착잡한 심경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북핵 문제를 목전에 뒀기 때문에…"라면서 "경제는 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오지 않아도 될 것도 있었고…"라고 했다.

간담회 말미에는 결국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를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도 마음 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며 "이는 확고하게 성취해야 할 것이 있어서 밀린 것이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盧대통령은 "이런(과거사.유사법제 등과 관련한)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내가 말을 안해서 일본이 적당히 넘어갈까 하는 것보다 국내 여론이었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전체적으로는 (방일 과정의)분위기.정서.느낌이 중요한데 느낌은 좋았던 것 같다"며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니 해몽을 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盧대통령의 전날 '일본 국민과의 대화'시청률은 9.2%로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9.0%)보다 높았고 클린턴 전 미 대통령(10.0%)보다는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대북 압력'쪽에 무게를 둬 '대화'를 강조한 盧대통령과의 시각차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盧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조금 그런 (압력 쪽의) 말을 해 당황했다"며 "그래서 한국은 대화에 무게를 뒀다고 토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대화를 해 보니 그분(고이즈미 총리)도 약점을 많이 가진 것 같더라"며 "그래서 나도 대통령 하는 게 별로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해 웃음이 터졌다.

이어 "(대화할 때) 손도 많이 흔들고 탁자를 치기도 하며 뜨겁게 숨김 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나처럼 구설(口舌)에도 오른다고 해 기분이 좋았다"고 조크를 했다.

도쿄=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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