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토요일 쇼핑 4시간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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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토요일 독일인들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독일 정부가 점포의 토요일 폐점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도 여유있게 쇼핑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개점시간 연장이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백화점 등 독일의 소매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실제로 토요일 쇼핑시간 연장조치가 처음 적용된 7일 베를린에서는 상점들의 매출이 20% 정도까지 늘었다고 베를린 소매업자협회가 밝혔다.

독일 정부가 노조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토요일 쇼핑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소비를 늘려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회생시켜 보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독일은 1950년대부터 군소 소매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상점들의 영업시간을 강하게 규제해 왔으나, 96년에 평일 폐점시간을 오후 6시30분에서 오후 8시로, 토요일은 오후 2시에서 4시로 연장했었다.

그러나 독일노조는 소매업체 종사자들의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 이번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교회도 토요일 쇼핑시간 연장이 일요일 쇼핑 허용으로까지 확대될까 걱정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일요일 점포 개장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토요일 쇼핑시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를 진작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쇼핑 장소가 동네 상점과 소형 매장에서 도심 대형 매장으로 바뀌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FT는 이번 결정으로 소매업체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경호 기자

<사진설명>
쇼핑객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북서부 도시 브레멘에서 '토요일 개점시간은 오후 8시까지'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지나 쇼핑센터에 들어가고 있다. 토요일 쇼핑시간을 연장하는 새 법안은 6월 1일부터 발효됐지만 실제로는 토요일인 지난 7일 처음으로 적용됐다. [브레멘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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