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파병 결정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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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0년 처음 만났을 때는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정치인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국익을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변한 것 같다."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64.사진)일본 포린프레스센터 이사장은 9일 "2000년부터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일곱번 만났다"며 달라진 인상을 이같이 전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2000년 2월~2003년 1월 주한 일본대사로 근무하면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인한 냉각기, 월드컵과 '한.일 국민 교류의 해', 한국 대통령 선거를 모두 경험한 21세기 한.일 관계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盧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2000년에는 '자기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기 쉽게 말하는 국민 대화형 정치인', 지난해 대선 전에는 '국민에 가깝게 가는 정치인'이란 인상이었는데, 대통령 취임 후에는 국익을 우선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는 한.미 동맹 관계가 흔들릴 것을 가장 우려했지만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놀라지는 않았다"며 "진짜 놀란 것은 盧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을 지지하고 비전투원을 파견키로 했을 때였다"고 밝혔다. 그 때 盧대통령의 변화를 감지했다는 것이다.

데라다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 때는 12월 들어 한국 언론들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거국면이 바뀌는 것을 감지했다"며 "盧후보가 2~3% 앞서는 것으로 일본 정부에 보고했고, 투표 1주일 전에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직후 데라다 이사장은 盧대통령을 다섯번째 만났다. 그는 "당선과 장녀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로 일본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다"며 "이 카메라를 볼 때마다 일본을 생각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올 1월 14일)로 인해 임기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데라다 이사장은 "盧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한.일 간 어업 문제를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냉정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대해선 "TV를 통해 일본 국민과 대화하고, 휴일에도 경제인 등 여러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이 좋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도쿄 영빈관에서 지한(知韓)인사 21명과 함께 참석, 盧대통령을 일곱번째 만난 자리에선 "한.일이 더 가까워지기 위해선 사람(한국인 무비자 입국 문제), 물건.서비스(김포공항~하네다 공항 간 셔틀비행기 운항), 경제(자유무역협정)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 데라다 데루스케 약력

▶도쿄대 법학부

▶외무성 유엔 대표부 근무

▶멕시코 대사

▶일본.북한 국교 정상화 교섭담당 대사

▶주한 일본대사

▶현 일본 포린프레스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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