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앞두고 인성 자격증 난립 … 교육부 “양성기관, 대학 등으로 제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박3일 참여하면 인성지도사 1급을 드리고요, 2급은 1박2일이면 됩니다.” 서울 노원구의 ‘○○○문화협회’라는 단체의 대표 C씨는 올 초에 생겨난 ‘인성지도사’ 자격증에 대해 지난 17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전인적 인성교육의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전수해주겠다”며 1박2일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권했다. 수강료는 18만원. 나무와 교감하기, 효소 만들기 실습 등이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각종 단체들이 만든 인성교육 강좌들이 난무하고 있다. 인성교육에 대한 내용이나 전문 강사 자격 요건 등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형식과 내용이 제각각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사설 교육원에서는 10주(30시간)짜리 ‘인성교육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 중이다. 수강료는 자격증 발급비 5만원을 포함해 85만원이다. 이곳의 실무 책임자는 “예절 지키기, 칭찬하기, 인사법 등을 교육하는데 실력만 검증되면 지방의 지사장 자리도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열정적으로 내용을 전수할 수 있는 능력”이 그가 말하는 ‘실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86개의 인성 관련 민간 자격증이 생겨났다. 전체 인성 관련 자격증 253개의 73%에 달한다. 서로 다른 기관이 같은 자격증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인성교육지도사’란 이름으로 48개, ‘인성지도사’란 이름으로 43개의 자격증이 존재한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단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비용은 협의 가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인천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직업능력개발원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면 자격증을 택배로 보내준다’고 홍보했다. 이를 위해서는 20시간의 강의 중 80%를 듣고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시험에서 60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으면 된다.

 김석권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과장은 “인성 관련 자격증이 마구잡이로 생겨나 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인성교육전문가 양성기관을 대학과 공익법인 등으로 제한해 자격증 남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우후죽순 생겨난 인성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 도입할 우수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작업을 통해서다. 김 과장은 “인증제가 실시되면 함량 미달의 강좌를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