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성교육은 사교육 변질 없이 제대로 진행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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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학교는 인성을 높이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보급과 예산을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2012년 대구 중학생의 자살을 촉발한 학교폭력과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됐다. 국회·교육부·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이 ‘휴마트 인성교육 캠페인’을 벌이면서 시작된 법 제정 논의가 결실을 거둔 것이다.

 학교 현장이 입시 위주, 성적 중심 교육으로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인성이 피폐해진 지 오래다.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성적만을 강조했지, 최소한의 인격을 형성하는 ‘밥상머리’ 교육엔 소홀했다. 그 결과 왕따 현상, 학교폭력, 교권 실추, 사이버 폭력 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인성교육법 시행이 학생들의 책임감, 배려심, 자존감, 주인의식 등을 높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또 다른 입시의 수단이나 사교육 대상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인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253개의 온갖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다. 강남의 일부 학원에선 ‘인성면접’에 대비한 고액 강의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 같은 부실한 사교육을 받아봤자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돼도 인성을 계량화한 평가지표나 자격증·시험 등은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학원에서 인성까지 가르친다는 것도 우습지만, 입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혹시 ‘대입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에 인성교육마저 학원에 의존한다면 이는 또다시 사교육계의 ‘장삿속’에 이용당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까지 좋은 취지로 도입한 교육제도가 사교육에 휘둘려 그 본질이 훼손되는 사례를 종종 봐왔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인성교육이 사교육에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 또 인성교육은 학교에서만 형식적으로 이뤄져선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가정과 사회가 인성교육에 적극 참여할 때 학생들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시민들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