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이 미래세대의 존재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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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60세를 넘지 못했던 평균 수명은 반세기만에 80세에 이르게 됐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13.1%다. 조금 있으면 이 비율이 20%를 넘어서 일본·독일과 같은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1명이었다. 수명은 늘고 미래 세대는 줄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노인을 누가 먹여 살릴 것인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산율을 올리려는 정부는 젊은이들의 결혼을 독려하기 위해 사회적·윤리적 명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결혼을 당길 것 같지는 않다. 당연히 출산율이 높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취업·결혼·육아를 포기했다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 길어지는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없으니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인가. 정부나 개인이 더 강한 의지로 무장하면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 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모두가 의견 없이 걱정만 한 것은 아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좋은 방안이라 생각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법을 찾지 못한 이유는 통합적으로 사안을 보지 못하는 데 있을 것이다. 문제의 근원부터 살펴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 이유로 말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는 비교적 큰 액수의 육아보조금을 통해 1.3명까지 내려갔던 출산율을 1.9명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스웨덴도 비슷한 정책을 통해서 출산율을 2명 넘는 선까지 올렸다고 한다. 55만㎢ 넓이의 프랑스엔 6600만 명이 산다. 인구 900만 명의 스웨덴 국토의 넓이는 45만㎢ 정도다. 우리나라는 10만㎢의 땅에 약 5000만 명이 산다. 프랑스는 식량자급률이 100%를 넘고, 스웨덴은 환경적으로 여유를 지니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인구밀도도 높고 곡물자급률은 23%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선택의 폭은 이들과 같지 않다. 우리의 한정된 국토가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을 낳아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진실한 자세로 용기를 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이 문제는 풀기 힘든 다양한 문제들과 연계돼 있다.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누군가가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부담을 지고 나가야 한다. 이 땅에 새로 태어날 생명들은 그 부담을 짊어지기 위해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더불어 태어나야 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 세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존재로 태어난다면 현대판 노비가 돼 살아야 할 것이다.

해결책의 출발점은 우리 세대가 불편한 대로 살다가 세상을 떠날 각오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음 세상의 존재를 얘기하는 부활 신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정스님도 새 세상의 존재를 믿으며 떠나가셨다.

전헌호 신부 hhchun@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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