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癌 많이 걸리는 강남주민 사망률 가장 낮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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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일희일비(一喜一悲).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은 부자동네 강남구가 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반면 암 사망률은 가장 낮다는 소식은 질병도 사회.경제 수준을 반영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일비를 보자.

강남구 등 부유층엔 확실히 암이 많이 발생했다. 건강검진을 열심히 했으므로 다른 구보다 암 환자를 많이 찾아낸 탓도 있지만 암 자체의 발생도 많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알다시피 서구화된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강남구는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26.4명, 서초구는 25.1명, 송파구는 24.1명으로 강남 3인방에서 모두 높았다.

가장 낮은 금천구의 14.0명과 강북구의 15.7명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강남 지역 여성들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구에 비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들 지역 주민에겐 한식 위주의 소박한 식사를 갖는 것이 권장된다.

문제는 일희다. 강남 지역 주민들은 타구 주민에 비해 암 환자는 많았지만 실제 암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매우 낮았다. 남성의 경우 해마다 10만명당 암 사망자 숫자가 금천구는 10만 명당 3백94.1명, 광진구는 285.6명, 강북구는 284.7명인 반면 강남구는 90.4명, 송파구는 96.3명, 서초구는 159.8명에 불과했다.

통계적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금천구는 강남구에 비해 무려 네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암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적극 이뤄지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강남 지역 주민들은 암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찍 찾아내 치료하므로 사망자가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 검진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위내시경.질세포진 검사 등 한국인에게 흔한 5대 암의 기본 검진엔 대략 1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분명한 것은 이 돈조차 내기 어려운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백만명이라면 1천억원이 든다. 한해 1백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나라에선 큰 돈이 아니다. 다리 한 개, 도로 한 개를 덜 놓는다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지역 간 암 사망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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